며칠 전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부모님댁에 갑자기 들이닥친 우리 부부.
장보러 마트에갔다가 부모님 과일까지 사서
갔다드릴 목적이었다.
저녁엔 부대낀다면서 거의 식사를 하지 않으시는 부모님.
우리는 서둘러 집에 가겠다고 나섰다.
부모님은
그래도 사위와 딸이 왔던지라
간단한 요기라도 하자고 하신다.
우리 넷은 무엇을 먹을까
동네를 배회했다.
그때 발견한 순두부집.
정갈한 식당.
두부를 직접 만들고,
반찬 가짓수도 제법 있어서
우리는 괜찮다를 연발하면서 밥을 먹었다.
순두부 찌개가 모두 바닥을 보이고..
후식까지 먹은 우리 가족.
자식과 부모가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하는 것이 우리 집 풍경이라.
밥을 먹자마자 너가 먼저 돈을 내라며...우리 신랑은 눈짓을 보낸다.
나는 재빨리 영수증 용지를 찾았다.
그러나 밥을 유난히 빨리 드시는 아빠를 당해내긴 쉽지 않다.
아빠는 후식으로 나온 식혜를 단숨에 들이키시고
벌떡 일어나 돈을 내러가셨다.
나는 내가 영수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여유를 가지고
아빠 뒤꽁무니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빠 손에는 영수증이 꽂힌 빌지판 대신
수저통 두껑이 들려있었다.
아빠 이게 뭐예요?
가족들은 아빠 손에 들린 두꺼운 뚜껑을 보면서
의아해 했고...
아빠는 이게 영수증 아닌가 하는 표정을 잠깐 지으시더니
내 손에 들려있는 영수증 철을 보고는
빙그레 웃으셨다.
아빠가 뚜껑을 식탁에 갖다놓으시는 사이
나는 계산을 마쳤다.
우리는 집으로 걸어오면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아빠는 그게 영수증철인 줄 아셨다면서
겸연쩍게 웃으셨다. (정말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빌지판과 수저통 뚜껑이 ㅋㅋ)
하하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신랑은
너랑 똑같으시네 하면서
웃는다.
몇 달전...
취재 다녀와서
기사를 쓰려고
수첩을 찾았다.
가방 속에선 딱딱한 것이 잡히는 거다.
뭔가 봤더니
영수증이 달린 가죽 판 즉 빌지였다.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한 다음에
아무생각 없이
가방에 넣고 온 거다.
이걸 발견한
에이디와 부사수 후배들은
폭소를 금하지 못했고...
그때부터 나의 별명은 ‘빌지녀’.
식당 주인이 찾았을법한 그 영수증 철은
우리 팀 밥 시켜먹을 때 메뉴를 적는 철로 유용하게 쓰였다.
지난 주말엔 오랜만에 회사에서 엠티를 다녀왔다.
갑자기 떠난 여행...캠프 여행....
일상에서 부대꼈던 선후배들과
자연에서 수다를 떨다보니 새로웠다.
용민씨와 심선배가 아이들을 데려왔다.
아빠와 꼭 닮은 아들.
섞여 있어도 누가 누구의 아들인지 대번에 알겠다.
이산가족 걱정이 없을 듯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와 아들.
채송화 같은 눈망울과 장난스러운 웃음이 꼭 닮은 아빠와 아들.
식성과 성격까지 닮은 부자지간...
건망증까지 닮은 우리 부녀의 일화가 다시 생각나 돌아오는 길에 혼자 웃었다.


